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생각) SFnnal -2022, 이윤하 (우주로 간 인어, The Mermaid Astronaut)

 SFnal에서 한국작가(한국계 작가일지도?)라니 반갑다. 현재는 루이지애나에서 산다고 한다.
 우주로 간 인어라는 제목도 좋고 The Mermaid Astronaut이라는 표현도 소설의 줄거리를 더 잘표현한다.

<감상>
 ‘지상으로 올라가려는 열망을 가진 디즈니의 인어공주 애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 소설 앞부분에 펼쳐진다. 다만 대상이 다르다. 지상이 아닌 "우주와 별"이다. 에사랄라의 꿈은 별들 사이를 여행하고 우주를 직접 탐험하는 것이다. 이에 걸맞게 주인공의 이름 '에사랄라'는 '별을 추구하다'라는 뜻을 지녔다. 
 마녀와 거래하는 장면까지 비슷하다. 하지만 대가를 바로 치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거래는 동심어린 이야기와 다르게 현실적이었다. 
 디즈니의 인어공주와 다른 점은 하나 더 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풍경"이다. 우주와 별을 끝없이 갈망하는 주인공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안 소설 내내 작가가 훌륭한 수사법으로 까만 밤하늘, 그와 대조되는 반짝임, 그리고 창백하게 느껴지는 우주선 속을 그려낸다. 나는 주인공과 덩달아 애닳고 조급했던 마지막 장면마저도 배경이 밤이 아니었을까 상상하게 되었다. 이야기가 끝나는 장면에서 "떠나던 그날이랑 똑같네"라는 동생의 말이 언니의 모습을 두고 한 말이겠지만 풍경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또한 인상적인 것은 주인공 주변의 인물들이다. 이 소설은 밤과 별빛, 거스를 수 없는 마녀의 대가, 적막이 느껴지는 우주라는 내가 숨막혀하는 요소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느낌이 난다. 그 이유는 오랜 시간을 기다리면서도 꿈을 지지해준 한결같은 동생, 어느 상황에서나 에스랄라를 존중하고 도와준 주변 인물들 때문일 것이다. 흔하지 않은 선택을 하여 고향을 떠나는 류의 이야기에서 반대하는 인물이 없기란 드문 일인데 모두가 에스랄라를 지지해준다. 
 심지어 마녀라는 인물조차도 익히 아는 상상 속 마녀와 달리, 교활하지 않고 상대를 겁주지 않는다. 대신 차분하게 대가가 있을 것이고 그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그리고 마음이 변해서 "선택을 하고 싶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어떻게 하면 될지 알려준다. 마녀가 고정관념 속 마녀가 아니라 친절한 조언자에 가깝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르러 깨닫게 된 대가도 에스랄라가 돌아올 것을 알아서 정한 것일까. 나는 소설 속 표현에 따르면 "별들의 마법"이라고 불리우는 시간의 흐름이야말로 진짜 대가가 아닐까라능 생각이 들었다.
 에스랄라는 동생을 생각하며 약속대로 우주를 향해 떠나서도 항상 새로운 행성을 방문할 때마다 동생의 이름을 노래한다. 나는 어릴 떄와 생각이 바뀌어서 꿈과 희망이 가족을 떠나서 시간까지 달라지는 곳에서만 이룰 수 있다면 애초에 내 꿈이 아니라고 여기는 사람이 되었다. 그래서 이 인물의 용기있는 행동을 보는 동안에도 내 동생도 아닌 주인공의 동생이 고향에 잘있나 걱정되었다ㅎㅎ
 이야기는 배경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부루마블 맵 같지만 깨달음을 얻은 에스랄라의 생각은  확실히 변해있다. 

 잘 짜여진 단편이고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수사어구가 많아서 한 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소설을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워서 가끔 다르게 이해할 때도 있어서 괜찮은 소설은 최소 두 번은 읽어야 하는 것 같다.ㅎ

댓글

Creative Commons Lic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