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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SFnal - 폰다 리, 딥페이크 여자 친구를 만들었더니 부모님이 나 결혼하는 줄 알더라(28세 남)

Fonda Lee,  I (28M) Created a Deepfake Girlfriend and Now My Parents Think We're Getting Married.

SFnal - 폰다 리, 딥페이크 여자 친구를 만들었더니 부모님이 나 결혼하는 줄 알더라(28세 남) 줄거리

제목을 참 잘지어서 이야기를 안 들여다볼 수가 없다.

 이 제목의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한 말투'는 이야기 속에서도 이어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민, 사연을 올린 형식의 소설이다. 그렇다고 다른 사용자의 댓글이 보이지는 않지만 주인공 남자가 사람들의 의견에 고맙다고 하거나 공감하기도 하고 최신 근황을 적어 올리기도 하는 식으로 전개된다.

 사연은 아들이 여자친구를 사귀었으면, 그리고 마침내 어서 결혼도 했으면 하는 부모의 압박을 받는 남자 주인공의 고민과 하소연으로 시작된다. 주인공이 외아들이 된 사연은 부모님이 학자금 대출을 갚으려고 가구별 '탄소 발자국 세금 우대 신청'을 하느라 아이를 더 가질 수 없었다고 나온다. 게다가 주인공의 아버지도 외아들이어서 주인공은 조부모, 부모의 겹겹이 쌓인 바람과 기대에 부담스러워한다. 우리나라는 굳이 외아들이 아니어도 아들 하나인 경우 이런 압박을 받는 문화가 있었으니 (지금은 나아졌지만) 주인공의 상황이 잘 와 닿는다. 캐나다 출신의 미국 작가가 살아온 환경에도 이런 문화가 있었을지 문득 궁금하다.

 남자 주인공은 일을 벌이고 마는데 가상 연애 어플을 사용하여 여자친구를 만들고 그 여자친구의 사진으로 부모님을 속일 계획을 세운다. 다만, 어플에서 제공하는 가상 여자친구 얼굴의 몇 종류 없기 때문에 누군가 이 어플을 아는 부모님의 친구가 있을지 모른다는 걱정에 자기 주변 여자 인물 중 한 친구의 사진 6장을 '허락 없이' 빌려 쓰게 된다. 즉, 가상 연애 여자친구의 사진을 딥페이크 앱으로 한 번 더 수정해서 실제 인물의 얼굴로 바꾸고 부모님께 그 사진을 보내는 것이다.

 걱정되는 일을 두 가지나 벌인 셈이다. 그래도 가상 연애 어플 기술은 매우 발전한 상황이라 부모님은 완전히 속는다. 주인공이 어디선가 사진을 찍으면 다음 날 사진 폴더에 가상 여자친구가 함께 찍은 사진으로 합성된 사진이 생기고 그 사진을 부모님께 보낸다. 심지어 '추수감사절에 부모님과 가상 여자친구가 영상통화'도 성공적으로 하게 된다. 어플의 버벅거림은 인간의 긴장한 감정에서 오는 어색함으로 포장된다.

 가상 연애 어플은 점수제를 통해 사용자의 대인 관계 능력을 키워준다고 주장하고 주인공도 점수를 쌓는 재미와 편리함(바쁠 때는 휴면 상태로 전환할 수도 있다.)에 가상 여자친구에게 점점 빠지게 되는데 내가 보기엔 주인공이 영락없이 롤플레잉 게임에 중독되는 과정처럼 보였다. 주인공은 딥페이크에 쓰인 얼굴의 주인인 실존 인물을 만날 때 때때로 기분이 이상하다는 고민도 올린다.

 결국 가상 연애 어플이 보낸 사진 알림을 그 실존 인물이 우연히 보는 바람에 그 사람과의 관계는 망가지고 어플 회사에는 신고가 접수되어 가상 여자 친구도 이별을 통보한다. 상황이야 어쨌든 '돈, 돈, 돈'인 어플 회사는 '3개월 후에는 계정을 다시 활성화'할 수 있다고 안내해준다.

 부모님은 주인공이 차여 '진짜 이별'을 한 줄 안다. 주인공은 거의 '진짜 이별'을 한 듯 절절한 모습을 보이는데 정지된 앱 계정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보며 가상 여자친구가 메시지를 보냈을까 확인해본다고 말한다.

 사연 글의 마지막에서 주인공은 자기는 아직도 준비가 안되었지만 (실제 사람과의 연애를 말하는 듯하다.) 그래도 최근 상담을 받으면서 좀 나아졌다고 말한다. 자신의 대인 관계 방식을 재고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오 좀 나아졌나'싶을 때 요즘 표현으로 소위 '킹받는' 부분이 나온다.  

 상담을 수전이라는 상담사에게 일주일에 두 번씩 받고 있는데 사실 그 상담사도 가상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가상 연애 어플 회사에서 자기네 정신 건강 앱에 있는 '실연으로 부터 치유되기'코스를 40퍼센트 할인해줘서 가입했고 30일, 60일, 90일 코스 등이 있는데 효과가 좋은 것 같다고 말한다. 주인공은 자기는 어플 덕분에 힘들었던 경험을 극복하는 중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하며 사연이 마무리 된다.

 이 단편도 지극히 현실적인 미래를 보여주었다. 가상 연애 어플로 대인 관계를 경험하고 그 어플에서의 이별로 인한 상처도 가상 프로그램의 상담사와 이야기하며 치유한다. 내가 보기엔 은근한 디스토피아 구린 내가 나는 것 같은데 이 시대가 온 날에 이런 생각은 그저 변화를 못 받아들인 사람의 불평일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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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정말 흥미로운 글인 것같습니다. 좋은 글 소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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