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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SFnal - 테드 창 2059년에도 부유층 자녀들이 여전히 유리한 이유


SFnal, 테드 창의  "2059년에도 부유층 자녀들이  여전히 유리한 이유"

 알쓸인잡에서 김상욱 박사님이 "미래를 보고 싶다면 사실 SF소설을 보면 된다"고 하였다. 

 비문학 책만 겨우 읽는 내게 SF소설은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메타버스라는 말도 1992년 닐 스티븐슨의 '스노우 크래쉬'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무려 30년 전이다. 용어를 소설에서 항상 가져오려고 하는 것인지 어떻게 한참 과거의 소설에서 새 기술의 이름을 가져오게 되는 걸까?)

 나는 개인적으로 기술에는 관심있으나 현재의 경제, 기술, 사회적 문제들과 기술을 종합해서 미래에 대해 논리적인 그림을 그려보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다. SF 소설가들은 미래를 종합적으로 그려보고 은유적으로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래서 SFnal부터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지금 SFnal(에스에프널) 1권에 수록된 테드 창의 소설을 다시 읽어보니 저번에 읽었을 때는 미래 이야기 같지 않고 지나치게 현재의 모습 같아서 재미가 떨어진다고 느꼈는데 신기하게도 다시 읽는 지금 느끼기엔 "진짜 미래"에 굉장히 가깝다고 생각되어 흥미롭다.  

테드 창, 2059년에도 부유층 자녀들이 여전히 유리한 이유

부유층이나 할 수 있었던 유전자 조작을 통한 인지 강화 요법을 5백 쌍의 저소득층 부부에게
제공하는 자선사업 "유전자 평등 프로젝트".

생각해보면 아주 있을 법한 일이다. 소설은 그 프로젝트가 실시되고 25년 뒤, 장기적 성과가 어떠했는지 뉴욕타임스에 관련 기사가 실렸다는 말로 시작된다. 

"대체로 실망스러웠다고 해야 할 것이다." 
 
 왜 실패했을까? 이 소설 컨셉이 그냥 디스토피아일까? 이에 대해 작가가 견해를 써내려간다. 주인공은 커녕 등장인물 하나없이 6쪽으로 끝나는 이 짧은 소설은 이 프로젝트의 안타까운 결과에 대해 자신의 진단을 가득 써놓았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 내내 2059년 신문에 실린 논설문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리고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논설문의 근거들은 안타깝게도 지극히 현실적이다.

 테드 창이 진단한 "저소득층 유전자 조작 지원을 통한 유전자 평등프로젝트"의 실패 원인은 기술 자체로 인한 부정적인 결말이 아니다. 현재에도 절실히 느껴지는 "정말로 걱정되는" 문제들 탓이다.

인상적인 구절을 그대로 적어본다.
 인지 강화 요법은 개인 능력을 보상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경우에만 유익하지만, 미합중국은 그런 사회가 아니라는 현실을 말이다. 우편번호가 해당 지구 거주자의 평생 소득 및 교육 수준과 건강 상태를 미리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극히 유용한 예측 변수라는 사실은 이미 몇십 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이야기 속 테드 창의 주장과 비슷한 사례로 얼마 전 영국이 팬데믹으로 인해 대학 입학 시험을 실시하지 못하자 알고리즘으로 학생들의 학업을 판단하는 시도를 하였을 때 지역, 계층 편향적인 결과가 나왔고 거리에 쏟아진 학생 시위자들이 들고 있는 피켓 중 하나가 "Don't judge from my postcode"였다.


 즉, 작가는 저소득층 가구는 더 나은 유전자를 제외하면 그 어떤 자원도 제공하지 않았고, 긍정적 순환고리가 끝까지 유지되지 못했다고 묘사한다.유전자들이 결국 내포된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래 시대에 유전자 강화 요법을 받고 태어났다는 사실은 실제 능력의 지표가 아니라 그 요법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아이비리그의 MBA학위, 바람직한 고용대상이라는 사회적 징표로 기능한다고 이야기 한다.

 말단으로 가면 테드 창의 견해가 명쾌해진다.
(이 소설의 매력은 뒤에도 있었다.그래서 망했다로 끝나지 않고 미괄식 논설문이었다.ㅎ)

 이 프로젝트가 완전히 망했다고 하기보다는 그 이상의 대책을 촉구한다.이대로 두었다가는 "생물학적 차이를 기존 계급 구분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당화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새로운 카스트제도"가 나타나게 생겼으니 구조적 불평등에 대해 더 집중하자는 것이다.
 이 문제는 사람을 개선하는 것으로 결코 해결되지 않고, 우리가 사람들을 대해는 방법을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경우에만 비로소 해결된다.

 테드 창으로 검색해보면 미래 사회에 대한 견해 기술과 미래에 대한 견해 인터뷰와 강연이 많다. 박상욱 박사님이 말한 그대로 정말 미래를 묻게 만드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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